수학 공부법의 핵심은 문제를 '몇 개' 풀었느냐가 아니라, 틀린 문제를 '몇 번' 다시 들여다봤느냐에 있습니다. 하루에 모의고사 두 회를 몰아 푸는 것보다 한 회를 풀고 남은 시간을 오답에 쓰는 쪽이 점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고3 커뮤니티에서는 '1일 2실모', '실전 모의고사는 가리지 말고 많이 풀어라' 같은 말이 수학 공부법의 정답처럼 돌아다닙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건이 빠져 있습니다. 실모로 점수가 오르는 학생이 있고, 시간만 쓰는 학생이 따로 있습니다.
주말이나 방학에 수학에만 4시간(240분)을 쓸 수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수능 수학은 100분짜리 시험이고, 채점에는 회당 10분쯤 걸립니다. 한 회에 5문제를 틀린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하루 2회 | 하루 1회 |
|---|---|---|
| 풀이 시간 | 200분 | 100분 |
| 채점 | 20분 | 10분 |
| 오답에 남는 시간 | 20분 | 130분 |
| 틀린 문제 수 | 10개 | 5개 |
| 문제당 분석 시간 | 2분 | 26분 |
2분이면 해설을 읽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전부입니다. 26분이면 해설을 덮은 채로 다시 풀어 보고, 어디서 막혔는지 한 줄로 적고, 같은 유형의 기출을 2~3개 찾아 풀 수 있습니다. 점수를 바꾸는 건 이 26분 쪽입니다.
한 고3 교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 두 회씩 빠짐없이 풀던 학생이 있었는데, 다 푼 모의고사가 책상 위에 한 뼘 넘게 쌓이는 동안 점수는 석 달째 80점 언저리였습니다. 틀린 문제를 한데 모아 보니 거의 절반이 '문제 속 조건 하나를 놓친' 같은 종류였습니다. 하루 한 회로 줄이고 틀린 문제마다 '어디서 멈췄는지'를 노트에 한 줄씩 적게 했습니다. 처음 2주는 불안해했지만 한 달쯤 지나자 같은 이유로 틀리는 문제가 눈에 띄게 줄었고, 가을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80점대 후반이 나왔습니다.
실전 모의고사는 '실전 연습'용 도구입니다. 아래 세 가지 중 두 개 이상에 해당할 때 시작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해당되는 게 하나 이하라면 실모보다 기출 다시 풀기와 개념 정리가 먼저입니다. 개념 구멍이 있는 상태에서 실모를 풀면 같은 구멍에서 매번 점수를 잃고, 그 결과는 '실력이 안 는다'는 좌절로 돌아옵니다.
여러 출제진의 모의고사를 섞어 푸세요. 출제자마다 즐겨 쓰는 함수 형태와 조건을 거는 습관이 있습니다. 한 출제진의 문제만 10회 연속으로 풀면 그 습관에 익숙해져서 점수가 오르는 착시가 생깁니다. 3~4곳의 문제를 번갈아 풀면 처음 보는 문제를 읽어 내는 힘이 길러집니다.
'가리지 말라'는 말은 난이도를 편식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쉬운 회차에서는 앞번호 풀이 시간을 줄이는 연습을, 어려운 회차에서는 막혔을 때 버리고 넘어가는 판단을 연습합니다. 둘 다 시험장에서 필요한 기술입니다.
'많이'는 하루가 아니라 시즌 전체로 셉니다. 8월 초부터 수능 전까지 대략 15주이고, 주 3회씩이면 45회 안팎입니다. 실전 감각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같은 기간에 1일 2실모를 하면 200회가 넘는데, 그만큼 문제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오답을 소화할 시간도 없습니다. 하루 두 회는 오답 볼 시간이 확보되는 주말 하루, 혹은 수능 직전 리듬을 맞추는 시기에만 쓰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수능 직전 2~3주에는 실제 2교시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맞춰 한 회씩 푸는 연습을 권합니다.
학년마다 수학 공부법의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좋은 수학 공부법은 쌓인 문제집의 높이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두 번 틀리지 않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 아이가 모의고사를 한 회만 풀었더라도 틀린 문제 다섯 개를 제대로 소화했다면 하루를 잘 보낸 겁니다. 그 하루가 15주 쌓이면 점수는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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