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신호 · 학부모 칼럼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 외우기가 먼저인 이유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 외우기가 먼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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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방정식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고민이 근의공식입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면, 공식을 손에 익힌 다음에 유도를 밟는 '거꾸로' 순서가 생각보다 많은 아이에게 잘 맞습니다. "원리를 모르고 외우면 소용없다"는 말과 정반대라 낯설게 들리실 텐데,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이유가 꽤 분명합니다.

"이해부터 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놓치는 것

근의공식의 유도는 완전제곱식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양변을 이차항의 계수로 나누고, 일차항 계수의 절반을 제곱해서 더했다 빼고, 묶어서 제곱근을 씌우는 네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어른 눈에는 짧아 보이지만, 이 과정에는 분수 계산과 부호 처리가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아직 공식의 모양이 머릿속에 없는 아이에게 이걸 먼저 시키면, 아이는 '왜 이런 식이 나오는가'를 보는 게 아니라 '지금 세 번째 줄에서 뭘 해야 하지'를 따라가느라 힘을 다 씁니다.

머릿속에서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목적지의 모양을 모른 채 길을 만들면 길을 만드는 일 자체가 과제가 되어 버립니다. 반대로 도착점을 알고 있으면 같은 유도가 '설명'으로 읽힙니다. 마이너스 b가 어디서 나왔는지, 제곱근 안의 b제곱 빼기 4ac가 왜 하필 그 자리에 있는지가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는 대립하는 두 선택지가 아니라, 순서를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유도를 일곱 번 써 본 아이가 시험에서 틀린 이유

작년 겨울에 만난 한 중3 학생 이야기입니다. 성격이 꼼꼼해서 시키는 건 정말 성실하게 해내는 아이였습니다. 근의공식을 배우면서 유도 과정을 노트 두 쪽에 걸쳐 일곱 번 썼습니다. 과정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원평가에서 세 문제를 틀렸습니다. 답안을 받아 보니 유도가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플러스마이너스 기호를 하나 빠뜨렸고, 분모의 2a를 제곱근 항에만 걸어 놓았습니다.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공식이 잘 기억이 안 나서 문제마다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이 아이가 유도를 일곱 번 쓴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노력이 점수로 바뀌려면 먼저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했을 뿐입니다.

유도는 이해를 다지는 도구이지, 시험지에서 답을 꺼내 쓰는 도구가 아닙니다. 매 문제마다 공식을 새로 만드는 아이는 계산 한 번에 할 일이 두 배입니다. 그 학생에게는 유도 연습을 잠시 멈추고, 공식을 소리 내어 말하고 빈 종이에 옮겨 적는 일을 사흘 동안 하루 2분씩만 시켰습니다. 실수는 그 주에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2주 뒤에 유도를 다시 시켰을 때, 아이가 처음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 절반을 제곱해서 더한 게 결국 2a 분모가 되는 거네요." 일곱 번을 쓰는 동안 나오지 않던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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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과 상황에 따라 순서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같은 처방이 맞지는 않습니다.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의 비중은 아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서술형 비중이 높은 학교라면 유도 과정 자체가 문제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지난 시험지를 한 번 훑어보시면, 유도에 시간을 얼마나 들일지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공식 하나를 대하는 태도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를 두고 어느 쪽이 옳으냐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우는 일은 아이의 계산에 여유를 만들어 주고, 유도는 그 여유 위에서 공식을 이해로 바꿔 놓습니다. 둘 다 필요하고, 다만 대개는 외우는 쪽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유도가 제 역할을 합니다. 지금 아이가 공식을 더듬거리고 있다면 며칠만 외우는 데 써 보시고, 이미 술술 쓰고 있다면 주말에 빈 종이 한 장을 내밀어 보세요. 근의공식 유도와 암기 중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하기보다, 이번 주에 어느 쪽이 부족한지만 보시면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이래서 이렇게 되는구나"라고 말하는 날이 오면, 그 공식은 시험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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